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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공부론 - 노재호 판사

퇴턍규 2017. 1. 9. 14:53

사시-로에 올라오는 과찬의 말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혹.. 그와 같은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주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듭니다. 하지만.. 제 글을 읽고 도움을 받았다면..전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혹시 제가 잘못된 내용의 글을 올리거든.. 주저말고.. 수정해주시기 바라구여.. 앞으로도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제 민법 공부방법을 물어보셨는데여.. 일단 제 방법은 재학생.. 그것두..학교에서 민법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을 염두해 두어야 할 것입니다. 독학 또는 신림동에서의 강의를 통해 법학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적용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민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빈틈없는 정확한 이해가 아닌가 합니다. 실제 발생하는 사례를 보면.. 수많은 법적 쟁점이 포함되어 있는데.. 거기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를 남김없이 철저하게 분석한 경우에만.. 정의와 법논리에 부합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죠.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 다르다면.. 수학에서는 주어진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지만.. 민법에서는 공식의 역할을 담당하는 법도그마틱의 타당성을 언제나 다시 한번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수학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민법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학에서 요구하는 빈큼없는 논리구성과 그에 따른 결론이 구체적 타당성에 부합하는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곧 소위 말하는 legal mind 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생각으로는 정평있는 교과서를 꼼꼼히 정독하고.. 학교 강의를 열심히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시-로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교재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인데.. 전 시간이 있다면..당연히 곽윤직 교수님의 교과서를 읽을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곽윤직 교수님의 책 외에는 민법의 기본서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아니.. 2차시험 준비하면서는 김형배교수님책을 1회독가까이 했었습니다.) 다른 교수님의 기본서가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곽윤직 교수님 교과서의 최대의 장점은..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겁니다. 특히 곽윤직 교수님 자체가 굉장히 논리적인 분이시기 때문에.. 그분의 교과서를 읽어가면서.. 밥학적 사고는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바로 그런 점때문에.. 교수님들이 정평있는 교과서를 읽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곽윤직 교수님 교과서의 장점이 그와 같은 점에 있다면.. 당연히.. 시험 대비용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최근의 학계의 동향에 대한 소개가 부족하고.. 시험에는 쓸데없는 내용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와 같은 부분은 당연히.. 다른 자료를 통해 보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 그 다른 자료로서..학교 강의와 교수님들의 논문을 선택했습니다. 학교 강의를 통해.. 교과서에서 공부했던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도 부족한 부분은 교수님들의 논문을 참조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양창수와 윤진수라는 훌륭하신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그분들이 쓰신 논문을 읽었던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교수님들에 대한 실례가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민법을 정확하게 그리고 자신의 체계를 세워 이해하는 데는.. 여러 교수님들의 논문을 읽는 것보다는..정말 뛰어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교수님들의 논문만을 읽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교과서가 나온다면.. 그것을 읽는 것으로 충분할 지 모르겠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분들의 논문과 강의를 통해 그분들의 민법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민법의 틀을 세우는 데는.. 양창수 교수님의 강의와 논문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너희 학교를 다니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의문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에게도 가능하면.. 양창수나 윤진수 교수님의 논문은 시간나는대로 읽어 두기를 권합니다. 특히.. 양창수 교수님께서 민법주해에 쓰신 부분 중.. 채부불이행에 관한 부분과.. 물권적청구권에 관한 부분은 민법의 전체적인 쳬계를 잡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큰맘먹고.. 3일정도.. 도서관에 파묻혀 읽으면.. 충분히 정독할 수 있는 분량이기 때문에.. 그리 큰 지장이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하필 양창수나 윤진수냐?" 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학교에도 훌륭하신 교수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체계를 내것으로 만드면 안되느냐는 생각도 있겠죠. 하지만.. 교수님들의 논문을 여럿 읽어보았지만.. 정말로 내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양창수나 윤진수 교수님 그리고 몇몇 실무가분들의 글이었습니다. 두분 모두 실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다가 교수님으로 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대법원의 입장에 크게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민법 체계를 세우고 있다는 점이 공부하기에도 훨씬 수월하지 않나 생각되구여.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 민법을 짊어지고 갈 양대산맥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이견이 없는 분들입니다. 

민법이 처음에는 공부할 양이 많아 보이지만.. 민법의 체계를 세운 후에는.. 의외로 간단히 정리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일단 자신의 체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 본 후.. 그에 관한 학설과 판례를 분석해보면.. 학설간의 차이가 무엇인지.. 판례의 실제 의미는 무엇인지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 일단 학설과 판례에 함몰되기 시작하면.. 도무지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이 문제의 주소가 어디인지등도 파악할 수 없어서.. 민법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죠. 고등학교때 수학문제 풀어볼 때를 생각해 보십쇼. 수학에 대한 체계가 선 후에는.. 어떤 문제가 나와도.. 풀어낼 수가 있고.. 설령.. 틀리더라도..나중에 해답을 보면.. 자기가 무엇때문에 틀렸는지를 빨리 알아낼 수 있는 겁니다. 

요컨대.. 제가 생각하는..그리고 제가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민법 공부방법은.. 
첫째, 처음 공부할 때는 교과서를 정독한다. (참고로 전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여름방학까지 곽윤직 교수님의 교과서를 3회독 정독했구여.. 발췌독까지 하면.. 중요한 부분은.. 5~7회독 했습니다. 교과서는 3회독만 정독하면.. 교수님의 논리는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재학생의 경우 학교 강의에 충실한다. (학교에서.. 민총, 채각, 채총, 물권, 친족, 싱속, 민법연습..이렇게 들은 것 같네여) 특히 수업시간에 불러주신 판례는 반드시 직접 확인한다. 어차피..중간`기말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판례를 확인해야겠지만요. 개인적으로는 강의를 같이 듣는 친구들과 판례 원문을 가지고 판례 스터디를 하였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불러주신 판례가 한학기에 100개가 넘기 때문에.. 그것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최근판례에 대한 대비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셋째, 중요한 쟁점은 훌륭한 교수님들의 논문을 찾아 직접 정리한다. (이를 소위 드릴링이라고 하는데.. 그 파급효과는 막대합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다고나 할까요??) 
넷째, 양창수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인데.. 모든 문제를 접함에 있어서는.. 그문제에서 발생하는 법적 문제를 남김없이 끝까지 파헤치려는 자세를 가져라!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시간에 쫓기고.. 생각하는게 귀찮기 때문에.. 교재에 쓰여진 내용을 읽고,, 이해하려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실제 재판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그렇게 안일하게 행동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치의 오차로 비행기가 추락하고..건물이 붕괴하듯이.. 법률가가 논점을 빠뜨리거나.. 논리적으로 흠결이 있는 논증을 하는 경우에는.. 결국 그 피해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언제나 유념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마 시험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공부방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앞으로의 민법 출제 경향에 비추어 보면.. 민법을 정확하게..그리고 깊이있게 이해하는 자가 최종적으로 웃게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합니다. 시험에 빨리 합격하겠다는 생각으로 민법을 요약서와 학원강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운좋게 시험에 합격할지는 몰라도.. 스스로의 사고력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는 실제분쟁해결능력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처음 공부할 때 좀더 정확하게..그리고 깊이있게 이해해 두는 것이.. 2차시험에 동차로 합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상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신거 고맙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보았던 교재들만..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차시험: 곽윤직 교과서. 이영준 민법총직(곽서를 3회독 한 후 1회독 했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몇몇부분(예컨대 대리)을 제외하고는 이영준 변호사(교수)님의 견해에 따라 민법총칙을 정리하는 것이 민법의 체계를 세우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민법총칙 부분에서는 곽윤직 교수님의 견해는 거의 극복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법률행위 해석과 법률행위의 효력 근거). 김형배 교수님의 객관식 문제집을 70% 정도 보았는데.. 큰 도움은 안된것 같습니다. 문제풀이 감각이라면.. 대학모의고사나 학원모의고사 문제를 시간 재고 풀어보는 것이 훨씬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2차시험: 김형배 교수님의 민법학강의. 2차시험에서는 단권화된 교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른 것인데.. 1회독 중에 합격자 발표가 나서.. 더 이상은 보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송영곤씨가 쓴 민법의 쟁점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1차시험을 충실히 대비한 분들은.. 2차시험 때는 그 분이 쓰신 책만 보아도 무난할 정도로..굉장히 훌륭한 책입니다. 특히..송영곤씨가 양창수 교수님의 견해에 따라 민법의 체계를 세우고 있다는 점도.. 양창수 교수님 강의를 직접 듣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큰 매력이 될 것입니다.